선생님, 정성어린 답변 잘 확인했습니다. 앞서 질문드린 내용 중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 관련해 몇 가지 더 여쭤보고 싶습니다. 1차 치료약으로 주로 클라리스로마이신이 쓰인다 셨는데요. 궁금한 게 있습니다. 저희 주치의샘은 왜인지 모르겠으나, 해마다 내시경할 때 헬리코박터균이 양성으로 나오면, 일주일치 약만 처방해주시면서 "약만 다 드시면 균 죽으니까 따로 안 오셔도 된다"하셨습니다. 몇 주 뒤 제균 성공했는지 확인하러 와야 한단 말씀을 단 한 번도 안 해주셔서, 그간 확인해야 하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늘 약만 먹고 끝났고(제균확인X), 일년마다 내시경 검사 받아왔습니다. 검사할 때마다 양성이길래 '아 제균 치료해도 해마다 재발하네' 싶었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약 복용 후 제균 확인을 안 했기 때문에, 해마다 재발한 게 아니라 제균 실패한 채로 몇 년을 지냈던 게 아닌가. 그래서 암에 걸린 거 같아 너무 속상합니다. 선생님, 이쯤에서 궁금한 거 몇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1. 보통 1차 치료제로 [클래리스로마이신+아목시실린]을 사용한다 하더라구요. 이 두 가지 항생제로 1차 제균 실패하면, 2차 제균할 때는 항생제 내성 고려해서 '다른 항생제 (메트로니다졸)' 로 바꿔서 처방해야 하는 거죠? 2. 한 번 내성이 생긴 항생제는요, 몇 주 뒤(2차 제균치료 시작해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 꽤 시간이 흐른 '1년 뒤쯤' 다시 복용한다 하더라도, 이미 몸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에 균 죽이는데 전혀 효과가 없는 건가요? 3. 왜냐하면, 처방전을 보니 무려 3년간 똑같은 [클래리스로마이신+아목시실린] 항생제로만 처방해주셨더라구요. 이미 작년, 재작년, 같은 약으로 실패했는데 메트로니다졸 항생제로 안 바꾸고 같은 약으로 일주일치 용량만 더 늘려 처방해준 이유가 뭘까요..? 4. 혹시라도 항생제 내성은 몸에서 일년 정도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인 걸까요..? 그게 아니라면, 용량을 늘린다 한들 한 번 내성 생겼으면 제균 효과 기대하기 어려운 게 맞을까요..? 5. 저희 주치의샘이 제균 치료 과정에 무지하셨던 건지, 아니면 일 년 주기의 경우 항생제 내성이 사라질 수 있으니(?) 일부러 더 독한 2차 항생제 처방 대신, 1차 제균약을 다시 주셨던 것일지..( 정녕 이게 말이 되는 얘기인진 모르겠습니다;;) 속상하기도 하고 궁금한 맘에 다시 여쭙게 됐습니다. 6. 물론 헬리코박터균 때문에만 암이 걸린 건 아니겠지만.. 제균 성공만 했어도 암이 안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헬리코박터 음성인데도 위암이신 분들은요 보통 어떤 이유로 암에 걸리신 건지 따로 원인이 있는 걸까요. 위암 환자 중 헬리코박터균 양성이신 분 / 음성이신 분 비율이 대략 어떻게 되는지, 혹시 자료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부디 답변주심 감사하겠습니다.ㅠ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현재 아버님과 보호자분께서 겪고 계시는 심리적 어려움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저희의 답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질문해 주신 내용에 답변드리겠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확인되어 제균 치료를 할 때는 일반적으로 클래리스로마이신 계열의 항생제를 사용한 이력이 있는지와 페니실린 계열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를 파악하여 치료를 계획하게 됩니다. 클래리스로마이신 계열에 대한 사용이 적어 내성의 위험성이 적고, 페니실린 알레르기가 없다면 클래리스로마이신, 아목시실린, 위산분비억제제의 3가지 약 종류로 치료하게 됩니다.
특히, 7일 요법을 사용할 경우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 검사를 시행한 후 내성이 없는 경우에 앞서 말씀드린 3가지 약을 7일간 복용하게 됩니다. 단, 클래리스로마이신에 내성이 있는 경우에는 메트로니다졸+아목시실린+위산분비억제제를 사용하여 치료하게 됩니다. 그리고 1차 제균에 실패한 경우 비스무트 + 메트로니다졸 + 테트라사이클린 + 위산분비억제제로 구성된 4중 요법을 1~2주간 하게 됩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의 성공률은 70~80% 정도이지만 이후 재감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치료 후 재감염되는 비율은 연간 2~4% 정도로 보고되었습니다. 재감염인 경우 이전과 동일한 처방을 진행하여 다시 제균 치료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재감염이 아니라 1차 제균 치료가 실패한 상황이라면, 다른 약물 조합을 사용하는 대체 요법을 시도하거나 아목시실린과 위산분비억제제의 사용 기간을 이전 치료 기간보다 늘려서 14일 동안 사용하는 고용량 이중요법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
이미 나타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사라지는 것은 어렵습니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 특정 항생제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세포막을 두껍게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항생제의 공격에 살아남은 내성균의 유전자가 있을 때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생성된 유전적 특징은 내성균이 살아남아 증식하고 또 다른 돌연변이 형태로 변화하면서 남아있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난다고 내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경우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용량이 늘리는 것이 아닌 다른 종류의 항생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과 의 연관성, 위암 위험 요인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었다고 모두 위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이 감염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암에 걸릴 확률이 약 3~6배 높고, 전체 위암 환자의 40~60%에서 헬리코박터균 양성인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리고 헬리코박터 치료를 하였을 때 위암 발생위험이 30% 정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위암의 위험 요인은 헬리코박터균뿐만 아니라 짜거나 탄 음식, 물질로 알려진 질산염 화합물이 들어간 가공육과 같은 음식, 흡연, 등이 있습니다. 또한, 위 이 손상되거나 발암 물질에 반복적으로 자극을 받을 때 위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위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진단과 치료를 앞두고 마음이 많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질병이 우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서 발생할 수 있고 원인도 매우 다양합니다. 그러므로 과거보다는 앞으로의 치료 계획에 주안점을 두시고 담당 의사 선생님과도 충분히 상담도 해보시며 치료를 잘 받으셨으면 합니다.
루닛케어의 답변이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추가로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편하게 질문 남겨주세요. 함께 고민하고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