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버지께서 해마다 위내시경 검사받으셨는데도 11개월 만의 검사에서 위암 4기 판정받으셨습니다. 이미 원격 전이가 심했던 탓에 치료 한 번 못해보시고 돌아가셨는데요, 그로부터 벌써 일 년 반이 지났네요. 아버지께선 10년 넘게 동네 가정의학과 의원 선생님께 검진받아 오셨는데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답답한 맘에 그 의사 선생님을 찾아뵌 적이 있습니다. ‘일 년마다 검사하셨는데 초기가 아닌 4기에 발견된 게 이상하다. 암 진행 속도가 빨라 간혹 이럴 수 있다 하더라도, 가족으로선 어쩔 수 없이 의구심이 든다. 혹시 작년 검사에서 암을 놓치셨던 건 아닌지 당시 내시경 자료를 보여주실 수 있냐.’ 여쭤봤습니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께선 ‘평소보다 헬리코박터균 양도 많았고(3년 연속 양성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홍반, 발적이 보여 조직검사를 일곱 군데나 시행했었다. 하지만 모두 음성이었다. 즉 작년엔 위암이 없었다. 그래서 제균 약만 처방해드렸고, 내시경은 일 년 뒤 하시라 말씀드렸다.’라고 하셨습니다. 속상했지만 유독 진행이 빠르셨나보다 생각하며 마음을 추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사고사만큼이나 갑자기 가족을 떠나보냈다 보니 뒤늦게나마 위암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게 됐습니다. 아버지께서 갑자기 나빠지실 수밖에 없던 까닭을 이해해야만 맘속 응어리가 해소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이해 안 되는 부분을 맞닥뜨리게 됐습니다. 다름 아닌 ‘그 의사 선생님의 치료 & 안내 방침이 과연 올발랐던 것인지’ 의구심이 생겼는데요, 이 때문에 위암 예방에 실패했고 조기 발견도 늦어진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억울하다고 느낄만한 상황이 맞는지 다른 선생님들께 의견을 여쭙기 위해, 루닛케어 의료팀 분들께 질문 드립니다. 조금 긴 글이 될 수도 있으나 부디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나하나 말씀드려보겠습니다. -------------------------------------------------------------------------------------------- 1. 첫 번째는 ‘제균 치료 방식’입니다. 늘 1차 약만 처방해주셨을 뿐, 제균 확인하러 4주 뒤 와야 한단 안내를 해주시지 않았습니다. 최근 5년 치 기록을 보면 2019년~2021년 3년 연속 제균 치료하신 걸로 나옵니다. (위암 발견한 22년도에도 ‘양성’) 해마다 의사 선생님께선 일주일 치 약을 주시며 “드리는 약만 드시면 균 다 죽으니까, 다시 약 타러 안 오셔도 됩니다. 내시경만 일 년마다 하세요.” 일러주셨습니다. 저희는 당연히 ‘약만 먹으면 100% 균 죽는 거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항생제 복용한 다음, 4주 뒤 1차 제균 치료가 성공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요소 호기 검사든, 내시경 검사든 시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만약 검사를 통해 제균 실패했다면, 항생제를 바꿔 2차, 3차 치료에 돌입해야 할지를 상담해야 한단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한 번도 주치의 선생님께 그런 안내받은 적이 없었으니까요. (다른 병원에선 내시경 한 적이 없어, 제균 치료 방식을 비교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균 확인 목적으로 다시 내원하신 적은 없습니다. 그저 다음 해인 2020년, 그다음 해인 2021년에도 내시경 검사만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헬리코박터균이 양성으로 나오길래, ‘아무리 약을 먹어도 재발이 잦네.’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추후 알아보니, 한 번 제균 성공한 분들의 재발률은 아주 낮더라구요.) 심지어 아버지께선 평소 속쓰림 때문에 일반 위염약 받으러 내원하시기도 했습니다. 물론 같은 선생님께요. 그럴 때 한 번이라도 ‘제균 약 드셨는데도 속이 불편하신 걸 보면 아직 균이 있을 수도 있으니 재검사해보시죠.’ 이런 말씀 해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습니다. 진작 제균에 성공해 만성 위축성 위염이 더 악화되지 않았다면, 암 발생 확률도 낮아졌을 것 같아서요. 지금 생각해 보면 매년 재발했던 게 아니라, 2019년부터 쭉 헬리코박터균이 제균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그로 인해 위염 증세도 늘 호소하셨던 거 같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거지만, 다른 병원에선 약 복용 후 4주 뒤 ‘필수’로 제균 확인 검사를 권한다 들었습니다. 그게 일반적인 정석 치료 과정인 거죠? 애초에 제균 여부까지 확인해줄 게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약도 다른 곳에서 상담받고 처방받도록 권했어야 하지 않나요? 3년 연속 표준 치료법을 따르지 않고, 내성 검사도 없이 매번 똑같은 1차 약만 주고 치료를 끝낸 건 분명 잘못하신 거죠? 이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가 불가했고, 염증이 악화돼 암을 키웠을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총 일곱 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글자수 제한 때문에 나누어서 문의드리겠습니다. 이 점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나의 흐름으로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상실감으로 큰 슬픔과 후회의 마음이 드시는 점 충분히 이해합니다. 또한 아버님의 진료 과정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기게 되어 답답하고 괴로운 마음이 드실텐데요, 우선 문의하신 질문들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와 정보를 바탕으로 안내해 드리오니 참고하시어 질문자님의 이해에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질문자님께서 문의하신 질문 내용에 대해 순차적으로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후 제균 확인
현재의 한국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의 진단과 치료 임상 진료 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제균 치료 종료 후 적어도 4주(양성자 펌프 억제제는 2주) 경과 후에 제균 확인 검사를 시행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제균 치료를 받은 경우 균이 사라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약물 복용 4~6주 후에 요소호기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지침은 권고사항이므로 환자의 상태와 검사의 위험성, 비용, 얻을 수 있는 이득, 의료기관의 자원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담당 의료진이 판단하게 됩니다.
2) 헬리코박터 항생제 내성 검사
한국인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치료 근거 기반 임상 진료 지침 개정안 2020에서는 헬리코박터의 일차 치료 요법으로, 1) 표준 3제요법, 2) 비스무스를 포함하지 않는 4제요법(순차 치료, 동시 치료 등), 3)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 검사 후 표준 3제요법 선택, 4) 일부 환자에서 비스무스 포함 4제요법을 사용할 수 있음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침에 따르면 “7일 동안의 표준 3제요법을 1차 제균요법으로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 검사를 권고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제균 치료 지침은 권고사항이므로 모든 환자에게 필수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며 환자의 상태에 대한 의료진의 판단으로 적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에 있어서 항생제 내성 검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2003년부터 2022년까지 된 한 연구에서는 다제 내성(다양한 약물에 내성을 가지는) 헬리코박터의 비율이 의미 있게 증가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제균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 특히 2차 혹은 3차 제균 치료까지 실패한 환자들의 경우 다제 내성 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측되어, 가능하면 다음번의 제균 치료 시행 전 항생제 내성 검사를 시행하여 맞춤형 제균 치료를 하는 것이 제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3) 제균 치료 실패와 염증 악화로 인한 의 진행 가능성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은 감염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에 걸릴 확률이 약 3~6배 높고 전체 위암 환자의 40~60%가 헬리코박터균 양성이며, 제균 치료 후 위암 발생위험이 30% 정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고려하였을 때, 제균 치료에도 불구하고 제균 실패로 헬리코박터 균이 남아있었다면 이는 위암의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한국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치료 근거 기반 임상 진료 지침 개정안 2020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위암의 발생 위험을 줄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과 같이 암의 전단계 을 가진 환자에서 제균 치료가 위암의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광범위한 위축성 위염 환자보다 경증인 위축 환자에서 제균 치료가 위암을 예방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즉,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에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권고하기에 확실한 근거나 전문가 합의가 아직 없는 상황이며 추후 재논의가 필요함을 언급하였습니다.
더불어 위암에는 헬리코박터균뿐만 아니라 짜거나 탄 음식, 물질로 알려진 질산염 화합물이 들어간 가공육과 같은 음식, 흡연, 등 다양한 환경적 및 유전적 요인이 관여하고, 진료시에는 환자의 상황, 질병 발생이나 경과, 의료자원 상황을 고려하여 의료진이 판단을 내리는 상황이기에 결과만 보고서 적절함을 펑가하거나 판단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진료기관의 진료 관련 설명이나 관리에 대한 안내, 진료 수행의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나 미흡하다고 생각되는 점에 대해서는 전문 중재기구의 도움을 받아 평가를 받아보시길 권유드리며 중재기구 추천에 대해서는 이후 질문답변에서 조금더 구체적으로 안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루닛케어의 답변이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질문남겨주세요. 함께 고민하고 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또한 저희 루닛케어는 주치의의 진단과 치료 계획 범위 안에서 상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진단과 처방을 내리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답변에 제한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참고문헌